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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 김포공항 - 제주공항 - 숙소(플레이스캠프 제주) - 광치기해변 - 부촌 - 숙소


오늘은 혼자 제주로 떠나는 날이다.
그동안 혼자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해왔었다. 몇 년 전, 혼자 강릉 여행을 가볼까 고민만 엄청하다가 귀찮고 무서워서 그만뒀었다. 어쩌다 보니 그 강릉이 제주로 부풀어 돌아왔다. 설레기만 하는 마음으로 항공과 숙소를 예약했지만, 막상 떠날 때가 되니 두려움이 스멀스멀 마음을 차지하려고 들었다. "내가 여행이란 걸 혼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짐을 챙겨 떠나려는 나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나는 이미 돈을 써두었지 않는가! 이대로 포기하기엔 돈이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분명 재밌는 일만 한가득 있는 여행이 될 거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긴장을 애써 누르며 전날 싸다 만 짐을 얼른 이어서 싸고 늦지 않게 서둘러 출발했다!
 
이번 여행에도 미러리스 카메라를 빌렸다. 더 이쁜 사진으로 추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첫 사진으로 짐 싸들고 출발한 내 사진을 남겼다!

공항으로 출발!!

 
지하철로 1시간 좀 넘게 걸려 도착한 김포공항. 짐을 최대한 줄여도 여행 기간이 길어 그런지, 짐이 백팩과 캐리어를 가득채웠다. 무거운 짐을 들고 끌고 지하철로 이동하려니 공항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이 빠졌다. 다음엔 돈 좀 더 쓰더라도 공항리무진버스 타고 가야겠다!ㅎ.ㅎ
 
조금 서두른 탓인지 출국장에 도착했을 때 1시간 정도 시간이 비어서, 휴대폰 충전시켜두고 뉴욕여행일기를 썼다. 혼자 다니니 비는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뉴욕여행일기 6일차 작성완료!

 
출국장에 들어선 후 종이에 손도 베이고, 핸드폰 스트랩도 끊어져서 마음이 아팠지만, 한편으론 이번 여행의 액땜을 다 해버렸다고 생각했다. "여행이 얼마나 재밌으려고 벌써부터 이러나! 기대되는구만!".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 타러 이동했다!

쪼꼬미 비행기

 
비행기를 타자마자 구름이 슬며시 걷히며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온도 오늘 갑작스레 따뜻해졌다. 친구가 오늘 날씨 좋은 거 어떻게 알고 여행날짜를 잡았는지 물어볼 정도였다. 제주 여행을 갈 땐 항상 미세먼지, 눈, 비 등 날씨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여행 첫날부터 좋은 날씨를 즐길 수 있다니 벌써 액땜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았다.

제주로 떠나자!

 
혼자 하는 여행의 두 번째 장점! 비행기 창가 자리를 갈 때도, 올 때도 내가 다 앉을 수 있다ㅎ.ㅎ 창가 자리에 앉아서 항공샷을 신나게 찍었다. 하늘에서 보는 제주도 풍경은 처음이었는데, 한라산, 푸른 초원, 숲과 멀리 보이는 오름들에서 "제주"를 느낄 수 있었다.

날씨 너무 좋다!!

 
착륙 후 카메라로 찍은 항공샷을 보고 있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분이 카메라 좋냐고 물어봤다. 빌려온 거라 정확히 답은 못 해 드렸지만, 대신 내가 좋은 정보를 얻었다! 제주도를 혼자서도 자주 오신다길래, 내가 첫날 묵을 성산 쪽의 맛집을 물어봤다. 추천해 주신 곳은 "맛나식당"이랑 "단백". 까먹지 않게 지도앱에 기록해 두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라며 인사하고 비행기를 내렸다.
 


 
안녕, 제주!
오랜만에 내딘 제주 땅은 어느 때보다 맑고 따뜻했다. 아직 2월인데 외투 없이 다녀도 전혀 춥지 않았다. 날씨에 감탄하며 버스를 타러 이동했다. 길을 잠깐 헤매다 내가 탈 101번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5분도 기다리지 않아서 버스가 도착했다. 제주는 버스 배차간격이 길어 뚜벅이인 내가 잘 다닐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첫 버스 탑승부터 너무 수월해서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어떨 땐 카메라(왼)보다 핸드폰 사진(오)이 더 맘에 든다.

 
101번 버스는 제주 동쪽으로 바다와 근접한 도로를 달린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왼쪽으론 저 멀리 빼꼼 보이는 바다가, 오른쪽엔 푸르게 물든 돌담에 풍차를 덧댄 평화로운 풍경이 나의 설렘을 증폭시켜 주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오후 4시 즈음 내려앉기 시작한 햇빛이 나른하고 따뜻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와, 제주도다.

 
풍경에 정신 못차리며 도착한 숙소. 1, 2일 차 숙소는 성산에 위치한 '플레이스 캠프 제주'로 예약했다. 후기를 보니 1인 여행자에게 괜찮은 숙소라고 하고,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뷰가 마음에 들어서 이곳으로 결정했다. 실제로 방이 좀 좁고, 화장실이 유리문인 것이 혼자서 쓰기 딱 좋은 숙소였다. 1층에 편의점, 소품샵, 음식점, 카페가 있어서 어디 나가지 않고도 지낼 수 있을 것 같단 점이 좋았고, 게다가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서 홀로 뚜벅이 여행을 하는 나에겐 최적의 숙소였다!

숙소 내부!

 
숙소에서 본 뷰는 성산일출봉이 정면으로 보이고, 바로 앞에 유채꽃밭도 있어서 엄청 마음에 들었다. 도착하자마자 나가서 일몰을 보려고 마음먹었던지라, 대충 짐을 풀고 서둘러 광치기해변으로 출발했다!

뷰 4.5점/5점

 
숙소에서 광치기해변 쪽으로 걸어가던 중에 만난 유채꽃밭이다. 숙소 앞에 있던 곳보다 훨씬 넓고, 탁 트여있었다. 뒤로 지는 노을과 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들어냈다. 밝을 때 꼭 또 오기로 결심하고 다시 서둘러 이동!

벌써 제주엔 봄이 왔네

 
전부터 오고 싶었던 광치기 해변에 드디어 도착했다. 해변에 이끼가 낀 돌이 신기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걸 직접 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본 풍경에서도 굉장히 신비롭고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가 어둑어둑 지고 있을 때라 바다가 이쁜 색을 뽐내고 있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림 같은 풍경에 잠깐 멍하니 감상을 하고 있었다.

상상보다 더 이뻤던 광치기해변.

 
곧 정신을 차리고 일몰 구경을 했다. 물론 여긴 동쪽이라 노을이 얼핏 보이긴 했지만ㅎ.ㅎ.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과 하나둘 켜지는 조명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시간이 후다닥 가버렸다.

일몰보기 대성공

 
더 어두워지기 전에 가져간 셀카봉겸 삼각대로 내 사진도 찍었다. 처음 찍어보는 것 치고는 쓸만한 사진 몇 장 건져서 뿌듯했다. 구경을 끝내고 배가 너무 고파져서 얼른 저녁을 먹으러 출발했다. 아까 추천받았던 '단백'을 가보려고 전화했는데, 오늘은 예약이 다 찼다고 했다. 아쉽지만, 계획 없는 여행이 이런 맛도 있지~하며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 중 한 군데 가보기로 하고 숙소 쪽으로 이동했다.

각도 좋은걸~?

 
숙소 근처로 돌아가는 길. 여행에 오기 전, 어두울 때 혼자 돌아다니는 걸 제일 걱정했었는데 도로에 나름 차도 많이 돌아다녀서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제주도 치안강국 한국이다

 
숙소 주변을 돌아다니다 지도에서 얼핏 봤던 '부촌식당'이 눈에 띄어서 바로 들어갔다. 이 식당은 혼자서 먹을 수 있는 갈치조림 정식을 파는데, 제주도에 오면 갈치조림은 꼭 먹어야 하는 나한테 제주의 첫 식사로 완벽했다! 나는 전복미역국 정식으로 시켰는데, 갈치조림은 딱 맛있게 매콤하고 갈치도 엄청 부드러워서 역시 제주의 갈치조림다웠다. 양파가 많지 않은 건 조금 아쉬웠지만, 갈치 조각도 넉넉히 들어있어서 혼자 먹기 딱 좋았다. 전복미역국엔 전복도 많이 들어 있고, 깔끔하게 시원한 국물이라 공기밥이랑 함께 싹싹 비웠다. 배부르게 저녁을 해치우고 숙소로 돌아갔다.

제주는 갈치조림. 갈치조림은 제주.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근처 가게에서 레드향 한 봉지를 사고, 1층 소품샵에서도  다이어리에 붙일 스티커와 예전 제주여행 때 잃어버린 한라봉 인형도 다시 사고, 요새 빠져있는 알록달록 양말도 구매했다!

다 귀여워!

 
혼자 숙소에 있으니 심심해서 야식을 먹기로 했다. 1층 펍에서 안주만 따로 포장해오고, 편의점에서 술도 사 왔다. 안주는 흑돼지 튀김인데, 좀 느끼하고 퍽퍽해서 사이드로 있는 감자튀김이 더 맛있었다. 사온 레드향도 엄청 새콤달콤 맛있어서 3개나 까먹었다.

야식 쪼아!

 
영화 한 편 틀어놓고 맥주를 먹고 있는데, 엄마한테서 페이스톡이 왔다. 엄마한테 방을 보여주려고 호들갑을 떨다가 맥주를 이불에 쏟고 말았다ㅜ.ㅜ 프론트에 얘기하니 이불을 바꿔주며 내일 추가비용 결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나 사고뭉치네.. 첫날부터 멍청비용 발생!"이란 생각이 들어 이상하게 재미있었고, 다행히 나중에 비용을 결제하러 갔는데 직원분께서 결제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이 정도면 오늘 굉장한 럭키걸이 아니었나 싶다!ㅎ.ㅎ
 


출발 며칠 전, 이번 여행의 컨셉을 이렇게 두 가지로 정했다.

혼자 여행은 처음이라,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었지만 행복하게 보낸 하루에 부정적인 감정들이 싹 밀려 없어졌다. 아름다운 풍경, 맛있는 음식, 운이 좋았던 순간들과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오늘 겪은 순간순간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마음에 행복함을 채워주었고 이번 여행 컨셉을 아주 잘 지킬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차올랐다. 내일은 더 좋은 하루가 되길 바라며 1일 차는 여기서 마무리!
 
 


 
... 2일 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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